나 (7)

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정직하고 정의롭고 공평하다고 평생 생각하면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보는 나는 지능이 좀 떨어지고 오류도 많고 사람들 손가락질도 받았다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아는 게 없다
어려서 첫 월급 타서 클래식 기타를 샀는데, 참 어처구니 없게도 어머니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했을까?  기타는 귀자 좋지 않으면 줄만 조율하는데만 몇 시간 걸린다  제대로 한 번 쳐보려면 그 시간이 오히려 짧다  오른 손 가락 3, 4 번을 움직이면 뼈 위를 핏줄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36 분 음표 같은 것은 칠 생각도 못 한다

박사 학위 하나도 없고 전공도 없다  부모나 가족에게 불만은 많았지만 그들을 위해서 감사의 표시를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가족들이 나를 둘어싸고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도와줬는 지를 모르고 있었다

어느 할머니를 봤다  그 나이에도 뭔가를 생산하고 있으면 아이들 키워 먹고 살게 해놓은 것을 생각하니 나는 뭘 했을까..

짐을 정리하다 오래 전 만들어둔 영어 노트가 보였다  슬펐다  뭘 하나 제대로 마친 게 없는 나를 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실 지 모르지만, 내가 마당에서 일을 할 때 마루까지 나와서 웃어주는 모습, 그 모습을 내년엔 볼 수 있을까?  어머니 틀니 하나 끼우는 게 지금도 힘들다  나는 이런 일로 큰 소리 지르곤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키워낸 정성을 고맙게 생각하는 게 내겐 없었다  내가 어머니를 위해서 최소한 보답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소리만 지른다면 내가 더 이상 살 이유가 없게 된다  내가 보아도 쓸 모가 없어 보인다  그런 인생이라면 내년엔 나 자신에게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나 있을까?

내 성격이 보였다  사람마다 잘못은 있지만 또 나를 도와주는 것도 많은데, 그 것으로 불평을 이야기 하고 나쁘게 이야기 하는, 그리고 또 그렇게 이야기 할 나 자신을 보게된다면 끔찍한 일이 된다

지능도 떨어지고 뭐 하나 제대로 완성해내는 게 없는 나를 나 자신은 칭찬할 수 있을까?
사람은 다 그만그만 하다 

열이 나고 그러면 상대방이 하는 말 단어 뜻은 알지만 행동은 안 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이성을 잃는다  심한 말을 하고 또 후회하지만 내가 또 다시 그럴 것을 아니 무섭다  내가 타인이었다면 차라리 생을 끝내라고 권하고 싶을 지경이다  끝도 없는 나의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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