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배려가 없는 사회를 원한다
은행에 갔다 신분증 달래서 주민등록증을 들고 내밀었더니, 핀잔을 주네 들고 있다고 짜증을 낸다 내려놓으라는 말 같다 코로나도 지났는데 감염 걱정인가 ? 평생 처음 들어보는 화법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하나로 마트에 갔다 카드를 물건 위에 올려놨다 직원이 짜증을 낸다 '올려놓지 말라니까요 ?' 생각해보니, 누가 집어들고 도망칠 수도 있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짜증낼 일인가 ?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홈플러스에서 지불할 때 거의 언제나 그렇게 카드를 물건 위에 올려놨었다 내가 점점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모양이다 이 말도 평생 처음 들어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다른 지방으로 열차를 타고 외워둔 도로를 따라 걸어서 같은 은행이나 같은 마트를 찾아갈 수 밖에... 회사 차원에서는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니 자주 다니던 의원에 갔다 들어갔더니 내 앞에 서너 명이 있었다 그런데 대기 순서에서 나중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계속 밀린다 점심 식사 시간 뒤인 두 시 이후에 다시 와야 했다 거기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다시 못 올 의원이다 데스크에는 전에 내가, 그 의원 주차장에서 자동차 접촉 사고가 있었다고 알려줘서 내게 고맙다고 말해준 직원도 있었다 오늘은 나에게 좀 미안한 제스쳐를 취하긴 했지만, 내가 대답을 늦게해서 그런 것 같다는 어투였다 내 대기 순서가 자꾸 밀리면, 그 곳에 오지 말라는 뜻이다 마트를 가든, 은행을 가든, 늙어갈 수록 정장을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아니면, 택배기사의 불친절을 즐기면서 인터넷 주문을 하든지.. 지구에서의 잔존 수명은 즐거운 경험은 될 수는 없겠다 혹시라도 지구에서 또 다시 사람으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