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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물성

사촌이 한참 뻐긴 뒤에 이런 말을 한다 제시한 것도 아니고, 있는 사람 앞에서 중얼거리던 말이다 답을 들을 가치가 없고, 그 말이 정당하다는 어투다 그런데, 정당? '내세가 없다는 게 말도 안 돼'  기본 물성을 모르는 말이다 평생을 이런 사람들만 만나고 대화하고 화내면서 살아왔다 국민학교 4학년 담임이 교생 때 여학생을 인솔하여 소록도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한다 배에 타고 옆 사람을 보니 얼굴의 한 부분 (콧등이나 귓등)이 없더란다  그래서 학생에게 이야기 하고 다른 쪽을 보니 그 쪽도 한 부분이 없더란다 단어를 이렇게 나열하면서 이제 나는 그 의미를 찾지 못 한다 누굴 위해 쓰며 뭘 쓰느냐가 다 뜻 없어졌다  보람이 없단 말도 아니다  할 이유가 없다  찾으려는 자는 스스로 찾아내고 눈 돌리는 자는 먼 길을 돌아다니다 인생을 마감한다  뭘 하든 또 뭘 안 하든, 그 인생도 아무에게도 소유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하나 같지만 분명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고 어느 한 쪽은 다른 한 쪽을 위해 이유 없이 봉사한다  즐거운 것이 나의 소유가 아니면, 고통도 나의 소유가 아니다 존재는 늘 어딘가에 존재하고, '나'가 누구냐면 모두 손을 든 그 각자가 존재다  그런데 그 존재가 무생물과 어떤 구분의 의미가 있는 지는 존재의 감정 속에서만 잠깐 번쩍이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