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나 쓸어 (눈탱이 값)
할아버지는 순박을 무기로 버텨보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정직은 최선의 무기라고 이해하신다 사기치거나 도둑질 하거나 눈탱이치기 하면 인간으로서 존경 받고 대접 받지만 차라리 굶어 죽기보다 더 비참한 것을 견뎌내긴 어렵다 가족이 몇 일을 굶고 나니 옛날에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이 간절했다 안 될 지도 모르지만 그 돈의 반이라도 받으면 꽤 오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채무자를 만나려면 큰 강을 건너가야 한다 긁어모은 돈을 지불하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돈이 다 떨어졌으니 거기까지 걸어갈 셈인데 배가 너무 고프다 탈탈거리는 낡은 자동차를 붙들고 내 사정을 이야기 한다 나는 100원 받을 돈이 있는데 거기까지 태워주면 10원을 주겠다고 해서 타고 간다 가는 중에 차가 섰고 기사는 차를 고쳐야 한다는데 이미 어둑해졌다 그래서 10원을 더 주기로 하고 빨리 고쳐보라고 독촉한다 다행히 금방 고쳐서 차가 달리기는 한다 해가 지고 길이 험해 중간에 자고 가야 하는데 기사가 아는 집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기사의 신용으로 10원을 더 내기로 하고 자고 일찍 일어나서 빨리 가기로 한다 이 번엔 차가 펑 소리가 나면서 뭔가에 걸린 것처럼 멈춰버렸다 차를 더 이상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기사의 도움으로 다른 차를 빌려타고 10원을 더 주기로 했다 채무자를 만나서 빈궁한 사정을 다 이야기 하면 채무가 간단히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이다 내가 더 이상 추가 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과 내게 채무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채무자는 다 알아버린다 30원을 받아들고 다시는 채무자와 만나게 될 것 같지 않았다 다시 차를 타고 집에 왔지만 기사에게 새로 빚이 생겼다 몇 끼는 해결 됐지만 기사의 잡일을 도와주며 채무를 깎아나가기로 했다 기사의 집에 도착했는데 전에 보던 차는 없어졌고 새 차만 있었다 기사 집 아들이 나와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 '마당이나 쓸어' 나중에 알았는데, 그 때 기사는 그 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