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3) 시간이 빙빙 돈다

노화 과정은 상상할 수 없다
연골은 닳고 뼈는 의도하지 않게 밖으로 더 나간다  그래서 매일 다니는 통로에서도 발이나 무릎을 다치게 된다
손가락은 새끼 손가락부터 마비가 진행되고 조금만 힘 주어 쥐어도 경직된다  부은 듯 관절에 통증이 온다
눈은 더 침침해지고 망원경을 들여다 보듯 하는 증상이 몇 일 계속되다가, 한 줄이 가로로 두 줄로 보이거나 세 글자가 나란히 있으면 가운데 글자만 보이기도 한다  눈곱은 10일 이상 짙게 나타나고 눈물이 연이어 날 때도 있다  두통이 몇 일 계속되기도 하고 장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속을 편하게 한다고 하여 몇 일 굶으면 손의 경직은 더욱 심해지고 몸이 떨려온다

90 노모가 곁에 있어 이 세상에서 저절로 배운 것보다 많이 배우게 된다
시간이 빙빙 도는 기분은 어떨까?  한 시간 전에 배를 먹고 그 게 두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인 지 어제 일인 지 분명하지 않다면 이 것은 어떤 통증에 해당될까?  손님이 왔다가 가면 한 시간도 안 돼 그 사람을 마루에 나와앉아 기다리고 있다

통증의 색깔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피하게 되어 있는 것은 공통점이다  의식이 흐려져 가는 것은 유아 때와 대칭 상태다  남은 것은 고통 뿐이고 사방에서 '그 것도 못하느냐'는 소리를 듣는 일이 많아진다

사람이 하는 소리는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리면서 논리적 분석이 안 된다  듣고 흘려버리면서 무슨 말을 들었는 지 그 내용을 모른다  노인이 자주 속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고문 당하는 심정으로 빨리 그 시간을 벗어나야되는 자포 상태가 돼버린다

노인들은 허리 굽혀 씨를 심고 수확을 하여 넣어두었다가 멀리서 가족이 오면 하나씩 내어주는 재미로 산다  마치 숨을 쉬는 것과도 같다  분명히 이름표를 가지고 존재는 하지만 이 우주 사이에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 하는 비존재를 스스로 확인하게 된다

노인에게는 생각이 파괴됐다  DNA의 포물선은 여기서 끝 날 때를 알려주는 것이므로 노인에게 '생각이 없다' 말 하지 말기  이런 발언은, 이 느낌을 알아낸 뒤엔 자신을 엄청나게 고통스럽게 만들어버린다  발언은 3 초 만에 마쳐져도 아픈 가슴은 수 십 년을 맴돌이 한다

모든 존재의 어리석은 행위는 그 각자 DNA 현재 값이다  이 것을 어느 누구도 그 어느 신도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행위자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가 간다  이 피해는 당사자에게는 재산일 수가 없다  모든 남에게의 삿대질은 자신의 고유 값의 완전 파괴로 되돌아온다

그래도 평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하므로 멀쩡해보이긴 하지만 가끔 웃는 일도 있다
아이가 늦게 돌아오는 어미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고 이제 노인은 풀어둔 자식을, 찬 마루 위에 앉아서 몸을 떨며 기다린다

이 것으로 인생은 즐거운 일이더냐?



......
이렇게 page를 넘길 때마다 스스로의 남은 시간이 기억된다

사람은 아무나 자신의 시간을 마구 버리는 것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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