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19의 게시물 표시

the lost

해가 떨어질 때, 차 앞 유리창 위로 가벼운 게 떨어졌다 와이퍼 위에서 움직였다 화장지 한 칸 반을 뜯어와 그 자리에 다시 와보니 다른 모습 같았다  화장지를 접어 그 사이에 벌 한 마리를 끼워 주방에 그대로 두었다 두 시간 쯤 지나 잠에서 깨어 입금을 세 번 불어보니 다리가 움직였다  그 뒤로 이틀 지난 지금까지 움직임이 없다  그 전에 자세를 약간 바꾼 것 같이 보였다 봄 철에 많은 벌들이 나와 죽는다 이 벌이 살아돌아가면 반겨줄까?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추궁 받지는 않을까? 업무가 다른 벌에게 맡겨졌다면 돌아가도 할 일이 있게 될까? 이 벌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 중일까? 나는 내가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알지 못 하게 되었다 시민의 소모품으로 궂은 의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하고, 권리는 철저히 짓밟히는 인생을 살아왔다 재벌의 돈은 0원으로도 나라의 반 이상을 살 수 있겠고, 나는 100조원으로도 없느니만 못 한 재산을 누리고 있다 인간의 사악함은 되돌릴 수 없고 누굴 위해 글을 남긴다는 것도 쓸 모 없는 일이다 누구도 좋은 일을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악마를 만들고 있다 작은 벌레가 모은 식량을 강탈하는 인간은 사악하다  그 꿀도 진짜 꿀을 평생 보며 사는 사람도 없다 꿀에 이쑤시개나 나무 젓가락을 꼽아 쓰러지지 않으면 진짜 꿀이다  이런 꿀을 본 사람이 있는가? 인간을 잊을 때가 됐다  인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내가 안 가장 정직한 단어의 배열이다 ...... 인간은 주변의 인간을 나쁘게 평가하며 사회를 스스로 오염되게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 환경이 좋아질 수 없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은 다음에 적기로 하고 오늘은 우주에서 숨 쉬고 있는 나에 대해서만 적으려 한다 나는 어쩌다 나의 몸을 이끌고 다니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다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고 살아간다는 것이 부조리하다 더구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더 힘들다  생명체 중 가장 비도덕적이고 정의감이 떨어지는 게 인간인데 맨 정신으로 버텨내기도 힘들다 어느 날 문득 나, 나는 영혼이 떠돌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 것은 우주의 기본 물성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득 나인 지금, 지금 이 기억을 다시 기억할 수 없다고 해도 또 다시 나로 태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나무로, 꽃이나 새로 다시 태어난 나라면 어찌 해야 하나? 지금의 '문득 나'는 생명이 재생산 된다해도 견뎌내야지 어쩔 수 없게 된다 생명은 성취도 아니고 시간을 미끄러져 가는 행위체다  쾌감은 자극 부분을 터치해서 느끼는 감각의 작용일 뿐, 그러한 감각들이 많이 중첩된다고 생의 의미를 간직할 수는 없다 이 우주에서 나는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본 물성

사촌이 한참 뻐긴 뒤에 이런 말을 한다 제시한 것도 아니고, 있는 사람 앞에서 중얼거리던 말이다 답을 들을 가치가 없고, 그 말이 정당하다는 어투다 그런데, 정당? '내세가 없다는 게 말도 안 돼'  기본 물성을 모르는 말이다 평생을 이런 사람들만 만나고 대화하고 화내면서 살아왔다 국민학교 4학년 담임이 교생 때 여학생을 인솔하여 소록도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한다 배에 타고 옆 사람을 보니 얼굴의 한 부분 (콧등이나 귓등)이 없더란다  그래서 학생에게 이야기 하고 다른 쪽을 보니 그 쪽도 한 부분이 없더란다 단어를 이렇게 나열하면서 이제 나는 그 의미를 찾지 못 한다 누굴 위해 쓰며 뭘 쓰느냐가 다 뜻 없어졌다  보람이 없단 말도 아니다  할 이유가 없다  찾으려는 자는 스스로 찾아내고 눈 돌리는 자는 먼 길을 돌아다니다 인생을 마감한다  뭘 하든 또 뭘 안 하든, 그 인생도 아무에게도 소유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하나 같지만 분명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고 어느 한 쪽은 다른 한 쪽을 위해 이유 없이 봉사한다  즐거운 것이 나의 소유가 아니면, 고통도 나의 소유가 아니다 존재는 늘 어딘가에 존재하고, '나'가 누구냐면 모두 손을 든 그 각자가 존재다  그런데 그 존재가 무생물과 어떤 구분의 의미가 있는 지는 존재의 감정 속에서만 잠깐 번쩍이다 사라진다